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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업일기

#6 효능과 효능감

by UG0 2026. 1.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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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공한 제품

많은 성공한 창업가들은 "먼저 팔아보고 제품을 만들어라"라는 말을 한다.
그 단계에서 사람들을 모으면, 최소 기능 제품, 혹은 최소한의 사랑을 받을 제품을 만들라고 한다.
이 방법은 교과서적이고, 실패 확률을 낮춘다.
폴 그레이엄의 Do things that don't scale 글에도 정확히 나온다.
일단 Manaul로 하고, 그걸 제품화 해라.

나 역시도 이전 AI 레쥬메 첨삭 서비스를 만들면서 정확히 이 공식대로 진행했다.
쓰레드에 "자기소개서 잘 쓰는 팁"을 올리고 1,500명의 팔로워를 만들었다.
무료 첨삭은 3시간만에 완판되고, 유료 첨삭으로 전환도 꽤 됐다.
만족도 또한 높았다.

실험이 끝나고, 바로 AI와 LLM을 섞어 제품을 만들었다.
그리고 가격도 수기로 하는 가격의 1/5 수준이었다.
그렇게 약 600개 가까운 첨삭을 한 달 동안 했다.

실제로 타이밍을 너무 많이해서 손가락 연골이 너무 아팠다.

문제는 여기서 발생한다. 
AI 첨삭 서비스는 Chat GPT, Gemini 등 자신이 쓰고 있는 LLM 모델과 비교하기 시작한다.
즉, 이미 구독하는 자신의 서비스를 조금 불편하더라도 쓴다는 이야기이다.
사람들은 "첨삭"에 대한 인간적인 피드백과 팁을 얻고싶은 것이지, LLM에게 판단하고 싶지 않었다는 점이다.

여기서 나의 선택지는 3가지 정도로 줄일 수 있었다.
(1) Chat GPT 등을 압도할 만큼의 자기소개서
(2) Manual로 지속
(3) 다른 제품으로 Pivot

 

효능감의 문제

사용자에게 주는 가치를 바라보는 두 가지 관점이 있다.
(1)효능
(2)효능감

듀오링고 레벨 100인데(효능감), 토익이 300점이에요(효능)

효능은 말 그대로, 사용자에게 어떤 가치를 주는 것이다.
예를들어 영어 서비스인 Duolingo의 효능은 "영어 실력이 느는 것"이다.
반대로 효능감은 사용자가 어떤 가치를 받고 있다고 느끼는 것이다.
효능이 없지만 효능감만 있을 수 있고, 이는 플라시보 효과와 비슷하다.
Duolingo의 효능감은 "영어 실력이 느는 느낌이 든다"는 것이다.

원하는 바를 쓴다고 그렇게 되는게 아니지만...

이 둘은 비슷하지만 다르다.
효능과 효능감이 있으면 최고의 제품이고,
효능은 있지만 효능감이 없다면 UX가 문제있는 제품이다.
또, 효능은 없지만 효능감만 있다면 도메인 전문성을 고민해봐야 한다.

AI 레쥬메의 경우, 효능은 충분히 있었다.
사람들의 레쥬메나 자기소개서에는 어쩌면 "기본"이라고 불리우는 요소들이 빠져있는 경우가 많았다.
GPT API를 썼지만, 다양한 차력쇼(?)로 최대한 우리 색을 입혀놓았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효능이 있다고 느꼈던 것은 피드백을 통해 충분히 좋은 글이 되었고, 성과도 있었다는 점이다.

(필기를 하며) 역시 대단하신 센세...
(쌍욕을 하며) 니말은 안 믿는다.

하지만 문제는 효능감이었다.
우리 제품은 프론티어 모델을 wrapping해서 가치를 만들어냈다.
결국 우리의 경쟁상대는 "프론티어" 모델들이다.
굳이 프론티어 모델들을 두고 돈을 써가며 우리 제품을 쓰게하려면 "프론티어"보다 좋은 효능감을 줘야했다.

그 다음도 문제다. 
Lifecycle이 매우 짧다.
우리 제품은 시즌성도 높으며, 취업하면 필요가 없어진다.
또한, 한 번에 마스터 자소서/레주메를 만들고 이탈할 수도 있다.
더 중요한 것은 주니어를 벗어나면, 더욱 이 제품의 필요성은 줄어든다.
(주변 사람들이 더 잘 봐줄 수 있기 때문)

이는 나쁘게 바라보면,
(1) 엄청난 걸 제공할 것처럼 홍보하고(효능감)
(2) 이탈해도 다음 고객을 찾는다.
의 반복이다.
마치 옛날 관광지 마인드처럼

분명 효능감을 주는 장치들을 만들 수 있었다.
하지만, 잘못된 고객 페르소나 정의로 우리는 피봇을 할 수밖에 없었다.

 

효능과 효능감의 효능

이번 피봇으로 많은 것을 느꼈다.
효능에 치중하면 연구가 되고, 효능감에 치중하면 사기가 되기 때문이다.
이 둘도 어렵지만, 거기에 덧붙여 "사람을 모으고 제품을 만들어!"라는 공식을 따르기는 더 어려운 것 같다.
사실 몇 번의 시도가 있었지만, 비슷한 결론으로 귀결되었다
(1) AI 때문에 제품을 만들기 너무 쉽다.
(2) 사람들은 Fake Door가 익숙해진 나머지, 큰 반응을 하지 않는다.
(3) 사람의 효능감 역치가 올라갔다. (더 자극적이어야 한다)

 

새로운 제품을 만들며

그리고 또 다시 내린 결론은 크리에이터 이코노미이다.

어떤 노력과 전략을 할 것인지는 다른 글에서 다뤄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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