쉽게 얻은 것은 쉽게 떠난다. 이 것은 진리일 뿐 옳고 그른 것이 아니다.
학점 3.0에 개발 못하는 컴퓨터 공학도였지만 대기업에 취업하였다.
많은 친구들이 어렵다고 말하던 취업이 나에겐 정말 쉬웠다.
적성검사 모의고사는 몇 문제 풀지 않았으며, 면접 준비는 면접 당일 메모한 것이 전부였다.
당시에는 내가 잘나고 똑똑하다고 착각했다.
아마 정말 대단한 사람들을 많이 보지 못해서 오만했던 것 같다.
그 무지함과 오만함 때문에 취업이 쉽게 얻은 것처럼 느꼈다. 입사 후에는 하루라도 빨리 퇴사할 생각만 가득했다.
들인 노력에 비해 결과가 좋다 보니 더 노력하면 어떤 회사든 갈 수 있을 것만 같았다.
하지만 노력으로 이어지기 쉽지 않았다.
쉽게 얻은 기회에서 쉽게 하는 일로 버는 돈마저 쉬워 보였기 때문이다. 결국 소비는 월급 아래로 내려가지 않았다.
그러던 어느 날 스타트업 이직의 기회가 찾아왔다.
어렵게 얻은 직장이었다면, 적을 옮기는 선택까지 많은 고민과 두려움이 따랐을 것이다.
하지만 쉽게 얻은 기회라 느꼈기에, 고민은 길지 않았다.
그렇게 직장을 옮겼다.
한 번 회사를 옮기니, 그 다음 이직은 더 쉬웠다.
3번이나 더 회사를 바꾸었다.
하지만 문제는 이제 시작되었다.
경제가 휘청이기 시작한 것이다.
많은 구조조정들이 있었고, 나에게도 그런 일이 벌어졌다.
두 자릿 수 인상을 외치던 회사들은 이제는 연봉을 깎기 시작했다.
그렇게 첫 회사의 동기들과 내 연봉의 차이는 커져만 가고 있다.
하지만 이 여정이 전혀 후회하지 않는다.
많은 분야를 경험할 수 있었고, 정말 뛰어나거나 무지한 양극의 사람들을 만날 수 있었다.
또, 끊임없이 피드백을 받고 수용하며 배웠다.
이 여정이 아니었다면, 스스로 오만함을 깨닫지 못하고 계속 똑같이 살았을 것이다.
쉽게 오는 것은 쉽게 간다.
하지만 쉽게 가야만 얻을 수 있는 것 또한 존재한다.
쉽게 왔다는 의미는 사실 오만하다는 의미와 비슷하다고 생각한다.
느끼는 과정이 쉬울 순 있어도, 그동안의 노력과 경험이 만들어낸 결과일 뿐, 쉽게 온 것은 전혀 아니기 때문이다.
그냥 쉽게 왔다고 느낄 뿐이다.
쉽게 왔다고 느끼면, 쉽게 보낼 줄도 알아야 한다.
그래야 배움의 여정을 시작할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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