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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fe/성장

《이기적 유전자》가 우리에게 알려주는 진짜 이야기

by UG0 2025. 4. 15.

유전자는 우리를 조종하는 존재일까?

《이기적 유전자》는 인간은 유전자의 꼭두각시라고 선언한다. 처음 들으면 불쾌하고 불편한 이야기다. 나 자신이라 믿었던 모든 것이 사실은 유전자의 생존 전략이라는 말처럼 들리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문장은 오해의 결과다. 도킨스가 말한 이기적이라는 표현은 어디까지나 은유다. 유전자가 실제로 이기적인 성향이나 의도를 가졌다는 뜻이 아니다.

도킨스가 정말로 말하고자 했던 핵심은 단 하나다. **자연선택이 작동하는 진짜 단위는 '개체'도 '집단'도 아닌 '유전자'**라는 점이다. 이 주장은 진화생물학계의 패러다임을 바꾼 과학적 통찰이다.

 

자연선택은 유전자를 중심으로 작동한다

자연선택이란, 어떤 유전형질이 개체의 번식 성공에 더 유리하면 그것이 후세에 더 많이 남는 현상을 말한다. 중요한 점은, 이 선택이 일어나는 단위가 개체나 종이 아니라 유전자라는 점이다.

유전자는 수천 세대에 걸쳐 안정적으로 복제된다. 반면 개체는 한 세대 안에 사라지는 일시적인 운반자일 뿐이다. 그래서 자연선택은 이 ‘불멸하는 복제자’, 즉 유전자에 작용하게 된다. 이 점을 강조하기 위해 도킨스는 유전자를 “이기적”이라고 표현한 것이다.

예를 들어, 모성애는 자식을 잘 돌보는 유전자가 그렇지 않은 유전자를 밀어내고 선택된 결과다. 이는 ‘엄마가 자식을 사랑하는 동기가 없다’는 말이 아니다. 결과적으로 자식을 잘 돌보는 행동을 유발하는 유전자가 자연선택되었다는 뜻이다.

 

집단선택론의 문제점

《이기적 유전자》는 당시 진화생물학계에서 유행하던 집단선택론에 대한 강력한 반박이다. 집단선택론은 ‘종 전체의 이익을 위해 개체가 희생한다’는 개념이다. 하지만 실제 자연에서는 이런 ‘이타적 집단’이 이기적인 개체에 의해 쉽게 붕괴된다.

이기적인 개체는 집단 내에서 이타적인 개체들이 만들어낸 이익을 무임승차로 누릴 수 있기 때문에, 결국 이타적인 집단은 이기적인 개체에 의해 점차 점령당하게 된다. 이런 과정을 통해 도킨스는 개체는 종의 이익을 위해 설계된 존재가 아니라, 유전자의 생존 전략에 따라 움직이는 생존기계라는 시각을 제시했다.

 

인간은 유전자의 꼭두각시가 아니다

도킨스의 주장이 곧바로 “인간은 유전자의 꼭두각시”라는 운명론적 결론으로 이어지는 건 아니다. 도킨스 자신도 말한다. “인간만이 이기적인 복제자의 폭정에 저항할 수 있는 유일한 존재”라고.

우리가 어떤 감정이나 본능을 느끼도록 설계된 이유는 단지 먼 과거 조상들의 생존과 번식에 유리했기 때문일 뿐이다. 질투, 시기, 불안, 경쟁심, 집착, 허무함 등 수많은 감정들은 그 자체로 절대적인 가치가 아니다. 우리는 그 감정의 작동 원인을 이해하고 그것을 넘어서기 위해 노력할 수 있는 존재다.

 

우리의 뇌는 쾌감과 불쾌감을 통해 행동을 유도한다

자연선택은 번식에 유리한 행동을 유도하기 위해 쾌감이라는 도구를 뇌에 심었다. 맛있는 음식을 먹거나, 사회적 인정을 받을 때 느끼는 기쁨은 유전자의 명령에 부합하는 행동을 유도하기 위한 신경계의 보상 메커니즘이다. 하지만 그 쾌감은 금세 사라진다. 그래야 인간은 계속해서 새로운 자극을 추구하게 된다.

이른바 ‘현타’는 이 메커니즘의 산물이다. 아무리 큰 성공이나 성취를 이루어도 행복은 오래 가지 않는다. 유전자의 목적은 인간의 행복이 아니라, 유전자의 생존이기 때문이다.

 

진화는 행복과 정의에 관심이 없다, 우리는 할 수 있다

자연선택은 인간의 건강이나 정의, 행복에는 관심이 없다. 오직 유전자의 복제 성공도만 고려한다. 하지만 인간은 그 유전적 설계의 한계를 인식할 수 있는 유일한 존재다.

우리는 우리의 감정과 본능이 어떻게 만들어졌는지를 이해함으로써, 그 한계를 넘어서고 스스로의 삶을 주도할 수 있다. 다이어트를 위해 단것을 거부하고, 편견을 이겨내며, 남을 배려할 때마다 우리는 복제자의 폭정에 반기를 들고 있는 셈이다.

 

결론: 유전자의 관점에서 이해하고, 인간으로서 행동하라

《이기적 유전자》는 생명의 작동 방식을 유전자의 관점에서 재정립한 책이다. 우리의 행동, 감정, 사회적 상호작용이 어떻게 형성되었는지를 새로운 눈으로 볼 수 있게 한다. 하지만 그 이해는 복종이 아니라 자유의 시작이다.

우리는 더 이상 유전자의 꼭두각시일 필요가 없다. 우리는 이기적인 유전자의 전략을 이해하고, 거기서 벗어나 더 행복하고 윤리적인 삶을 선택할 수 있는 존재다. 이 책이 전하고자 했던 메시지는 바로 그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