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프로젝트 실패의 반복
2018년부터 블록체인, B2B SaaS, 소비재 창업까지 다양한 사이드프로젝트로 제품들을 만들었지만 성과는 미비했다. 스스로 실패 요인을 생각해보면 한 가지 공통점이 있었다.
도메인 지식의 부족
창업에 도메인 지식이 중요한가?
당연히 도메인은 정말 중요하다. 부동산 거래에 대한 법과 규제도 모르고, 부동산 거래 경험도 없는 상태에서 부동산 중개 서비스를 어떻게 만들 수 있겠는가? (나는 실제로 대학생 때, 진지하게 친구들과 부동산 중개 서비스를 만들었다)
도메인 지식을 잘 알지 못하는 사람들은 어떤 문제를 보며, ‘고칠 수 있겠다’는 자신감과, ‘왜 저모양일까’라는 비판적 사고를 쉽게 갖는다. ‘우매함의 봉우리’의 정확한 예이다.
부동산의 예시로 들어보자. “전세 사기”라는 범죄가 일어나게 된 요인은 정말 다양하다. (예를 들어 법에 허점이 있다, 대한민국에는 사기꾼들이 많다, 사람들이 부동산 지식을 잘 모른다 등)
하지만 이를 해결하기 위해 법을 바꿀 수도 있고, 특약에 특정 항목을 넣는 것일 수도 있고, 온체인에 기록하는 서비스(망한 그 서비스…)일 수도 있다.
여기서 도메인 지식이 중요하다. 법이 이제까지 바뀌지 않는 것은 어떤 이해관계자(예를들어 공인 중개사, 매도자 등)의 이권과 엮여있는지를 이해하는 것, 특약보다 우선되는 법이 무엇인지 아는 것, 어떤 다양한 사기 수법이 존재하는 것 등을 정확하게 이해해야 한다. 또 더 나아가, 제시하는 해결책이 불러일으키는 다른 문제들은 무엇인지도 알아야 한다.
결론적으로 도메인 지식이 부족할수록 합리적인 이유와 해결 방법만 찾게된다. 하지만 세상은 그렇게 합리적이지 않고, 정말 많은 이해관계자들이 엮여 있으며, 더럽고, 치사하다.
즉, 이론과 실무, 이해관계자들의 파워게임 등을 전반적으로 이해한 뒤에도 “이 시장을 바꿀 수 있다”라고 생각하는 똑똑한 낙관주의자들이 쿠팡부터 토스 등 혁신을 만들어 낸다.
정치와 거리가 먼 제품들
부동산 서비스, 법률 자문 서비스, 원격 의료 서비스, 택시 서비스 등의 서비스는 앞서 말한 것 처럼 현업의 밥그릇 문제부터, 정치인들의 표 문제까지 고민해야할 것이 많다.
아쉽게도 한국은 타다부터 로톡, 닥터나우까지 혁신보다는 이해관계자를 선택하곤 했다. 일련의 선택들을 보며, 정치와 거리가 먼 제품들을 만들어야 겠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여기서 “우리나라는 이래서 안돼”와 같은 사회 비판적인 사고를 갖기 보단, 이 또한 현상임을 받아들여야 한다. 그리고 그 상황 속 최적의 선택을 해야한다. 그래서 정치와 거리가 먼 제품을 선택할 수 밖에 없었다.
그 중에서 교육
현재 정말 상상하기도 어려운 만큼의 정보와 컨텐츠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과거에는 정보의 격차는 글을 읽고 쓸 수 있는지 능력에서 왔다. 대부분이 글을 읽고 쓰게 되자 교육 수준 혹은 어떤 집단에 속해있는지등으로 격차가 났다. 그리고 LLM의 고도화와 소셜미디어, 레딧 등 공개된 정보들이 넘치는 현재 정보를 선별하여 흡수하는 능력이 정보 격차의 핵심이다.
즉, 어떤 기술과 세상이 와도, 정보의 격차는 생길 수 밖에 없다. 아마 정보라는 것이 그 격차가 존재해야만 하는 구조일지도 모른다. 모두가 아는 정보는 쓸모 없기 때문이다.
한국은 한 발자국 뒤에있다.
이렇게 정보 선별 능력을 갖기 전에, 우리나라는 사실 한 가지 패널티가 있는데, 바로 언어다. 언어학적으로 영어와 가장 다른 언어라는 이유로 어렵지만, 특유의 문화 때문에 자신감을 얻기도 어렵다. 즉, 이런 정보격차의 시작인 영어 문맹을 해결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느꼈다.
하지만 역설적이게 한국의 사교육, 성인 교육 시장은 무척 크다. 아마 작금의 영어 교육 시장은 니즈는 확실하지만, 결과는 그리 좋지 않은 상황이라고 이해할 수도 있을 것이다.
레드오션에서 살아남기
영어 교육은 1:1과외부터 스픽같은 서비스까지 다양하다. 레드오션이다. 하지만 나는 그 레드오션의 틈을 봤다. 그 틈을 검증하기 위해 현재 하루 4시간 넘게 영어 공부를 하고 있다. 앞서 강조한 도메인을 스스로 쌓는 단계다. 그리고, 그것을 소수의 참여자와 검증해 나갈 것이다. 검증이 완료되는 순간 웹사이트(혹은 앱)을 만들고, 서비스로의 검증을 할 것이다.
지지 않는 게임
나는 이 영어 서비스를 만드는 일련의 과정이 지지않는 게임이라고 생각한다. 실패하더라도 영어 실력과 가설을 검증하는 능력, 개발 능력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졌지만 잘 싸웠다가 가능하다.
이를 위해 필요한 것은 기록이고, 이 뉴스레터가 그 기록이 될 것이다.(내가 구독자 숫자는 중요하지 않다고 정신승리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나는 항상 동료가 고프다.
혹시 저처럼 지지않는 게임을 하는(하고싶은)분들이 계시다면 연락을 부탁드립니다. 저와 비슷한 사람들을 모아서 같이 고민하고 성장하는 커뮤니티를 만들고 있습니다. 커피챗도 환영합니다!
picko.corp@gmail.com

